작년 가을 즈음, 수원시평생학습관 앞을 지나는데 노을이 지는 풍경 아래 사람들이 움직임이 춤 같아보였습니다. 모두의 숲에서 평상 위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 나무로 만든 놀이터 주변을 뛰어놀거나 밭에 심어진 것들을 살펴보거나 떨어진 나뭇가지로 놀이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는 엄마들을 보면서 각자 움직이면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 같아보였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춤처럼 보였던 것은 좋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이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색빛 건물 앞에 갓 심겨진 잔디와 어린나무들로 휑하였습니다. 어느 순간 황량한 잔디밭 한켠에 작물을 심고, 정원을 만들고, 꿀벌이 쉴 수 있도록 연못이 생겨나고, 도시에서 길을 잃은 동물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멈춰있는 것과 살아움직이는 것들의 조화로움 속에서 아이들이 이 곳을 찾아와 관찰하며 서로 마주 하기도 하였습니다. 시민들이 만든 평상은 벤치와 다르게 서로를 둘러볼 수 있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드러누워 쉬는 곳이 되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상상 속 이야기 같아 제가 촬영한 영상도 첨부합니다.) 자라면서 우만동을 세 번 찾았습니다. 어려서는 태어나 가족과 자랐고, 청소년기에는 복지관에 봉사를 하러왔고, 현재는 다시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습니다. 앞선 두 번의 시기에 기억하는 우만동의 풍경은 빽빽하고 오래된 집, 임대아파트, 복지관이 들어선 황량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두워지면 적막함에 무서워 빠른 발걸음으로 이 곳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동네에 학습관이 지어졌고, 건물이지만 유기체처럼 움직이면서 동네에 생동감이 들었습니다. 행사를 통해 늘 무언가 달라지구나 하는 낌새를 느꼈지만, 작년 한 해 가까이 세밀한 움직임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삶의 방향을 찾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전 보다 더 많이 교육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모임을 하기도하고, 도서관을 가기위해 지나쳤습니다. 늘 새로운 배움을 찾아 빨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다니던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학습관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삶’의 키워드로 열리는 행사보다 더 매력적으로 이끌어갔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으로 삶의 기술로 혹은 공동체.. 또는 각각의 것을 이어서 전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좋은 배움을 갖고 삶의 방향에 힌트를 얻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 부분은 저 뿐만 아니라 학습 후 활동모임을 하는 분들도 공감하며 이 곳을 오가리라 생각합니다.) 친구는 단순히 연령이 같은 사람이 아닌 작업장을 같이 사용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각자의 작업을 하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이를 넘어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의 삶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사는 곳에서 ‘마을’이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일들을 하고있는 사람들이 있었기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매번 강좌를 계획하고 운영해가는 기관과 실무진에게 감사합니다. 많은 수원시 내 문화시설은 예산부족의 이유로 직원을 기간제 실무자로 선발합니다. 좋은 가치를 가진 기관이어도 실무자 개개인마다 이해도가 다르기에 잦은 실무진 변경은 좋은 목적을 가진 사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연결된 경험의 부재로 자리를 맴돌게하거나 협력을 통한 상생의 어려움을 과제로 남깁니다. 또한 배움의 내용이 교육 후 취업이라는 짧은 동선을 선택하여 참여자는 성과의 ‘수’가 되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평생학습기관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자격증을 따기위한 직업훈련기관이 되어, 기승전취업알선으로 마무리 됩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은 그러한 익숙한 평생학습의 방식이 아닌, 수원시가 내세운 비전에 맞춰 행동으로 보여준 곳입니다. 학습관은 다양한 연령과 삶을 가진 작업 동료를 만나게하고,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능했던 것은 학습관을 운영하는 희망제작소의 가치관과 운영 방식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텃밭에 자라는 생명을 돌보듯이 기관의 각 사업을 맡은 실무자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함을 이끄는 사람으로 보았기에, 실무자 한 사람이 한 기획을 꾸준히 맡아가며 시민들의 제안에 실험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더 탄탄한 자리로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각 프로그램이 마친 후 끝나는 것이 아닌, 활동모임으로 꾸준한 만남이 지속되고 기관과 시민, 강사자와 시민, 시민과 지역사회가 동료가 되어 마을로서 축제를 즐기고 지속가능한장소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모임의 자리에서 좋은 동료들과 지속가능한 작업을 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성장을 경험하였습니다.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이 곳을 오가는 제 삶은 풍요로워 졌는데, ‘괜찮아요’라는 말 뒤에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열고 닫으며 시민의 제안을 받고 또 다른 기획을 이어가는 실무진들을 보면서 걱정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정말 괜찮으셨는지요?’ 그러던, 지난해 12월 웹진와 이슈 ‘퇴보 없는 평생학습을 위해’ 글 속 관장님의 발언은 시민으로서도 충분히 속시원한 사이다였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 의원이 발언한 인권비 예산 과다지출은 무엇을 보고 과다지출이라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시민을 위한 사업에 최저시급이 향상되고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강사자 특히 실무진은 노동과 급여를 감수하고 일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만동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만남과 느슨한 연대를 이끌어 가치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의 ‘수’, 결과의 ‘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점은행제를 실시하라, 외부강사에게 사업을 맡겨라 하는 등의 비난을 받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습관의 기획덕분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은 좋은 가치를 지닌 강사분들의 강좌를 부담없이 듣고 있는데, 비난은 기관만의 온전한 책임이 된 것 같아 미안함이 듭니다. 더불어 8월이면 희망제작소가 수원시평생학습관 위탁운영 계약 만료라 하는데 걱정이 듭니다. 누군가는 희망제작소보다 더 나은 곳이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물론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2011년 개관이래로 자리를 펴오면서 자리 잡기위해 시민들과 부딪히며 몸과 마음으로 기록한 세월의 쌓인 경험이 다른 위탁체에 잘 전달이 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게 되어도 똑같은 곳이 아닌 이상 춤 같다고 느껴지던 배경을 새로운 기관의 방식으로 바꾸리라 생각합니다. 꿀벌의 물을 마셨던 연못을 묻고 밭을 잔디로 덮고 이웃끼리 함께 피자를 나눠먹은 화덕은 방치하고, 나무놀이터는 관리되지 않으면서 점점 위험물로 부식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또 다른 곳이 자리 잡기위해서는 또 다시 시민들과 호흡을 맞춰 운영되어야하기에 현재 학습관의 세월 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점이야말로 예산낭비라 생각합니다.) 혹은 많은 평생학습관에서 선택한 효율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면서, 여지껏 쌓아왔던 기관의 탁월성이 퇴보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2월의 웹진와 이후 현재 어떤 상황으로 위탁운영의 이야기가 오가는지 알 수 없지만,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기관이 바뀌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재정비하여 더 많은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져, 이해와 격려 속에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동식물이 학습관 주변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듯이 실무진과 강사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들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혹시나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함께 하고싶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기관의 소식을 전해 들은 시간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그럼에도 미약한 응원을 더 늦기 전에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