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 칭찬게시판에 쓴 글인데 평생학습관에도 남깁니다.
좋은 강의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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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이사온 지 이제 딱 1년이 지난 시민입니다. 1년을 지내며 수원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수원화성을 바라보며 산책을 할 때, 수원의 많은 도서관을 너무나도 편리하게 이용할 때, 그리고 수원시평생학습관을 방문할 때였는데요. 오늘은 평생학습관 운영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생학습관에서는 명사 특강, 글쓰기 수업, 기타 연주 수업, 김만권 선생님의 정치철학 수업 등을 들었고요. 지금은 채운 선생님의 푸코 철학, 엄기호 선생님의 인류학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지역 평생학습관은 물론 시민교육으로 명성을 날리는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한겨레 교육문화센터, 각종 인문연구실에서 인문학 강의를 들어 왔는데요.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그동안 참여했던 어떤 기관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납니다. 훌륭한 커리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강사진, 탄탄한 운영 구조,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시설관리까지 무엇하나 어설픈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수업을 무료 혹은 매회 5천원 정도의 수업료만 내면서 듣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평생학습관의 수업은 말 그대로 참신하고 혁신적이 수업이 많습니다. 지자체 보조금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수업입니다. 저는 그동안 지자체 특유의 뻔하고 재미없는 수업에 환멸을 느껴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수업을 찾아다녔으니까요. 공무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아닙니다. 보조금 사업이라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고 성과가 나와야 할 텐데 이런 혁신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는 뜻입니다. 커리큘럼 구성을 위해 평생학습관 담당자들은 얼마나 투쟁에 가까운 노력을 했을까, 이걸 받아들인 공무원들은 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까 하는 것들이 느껴졌달까요.
어제는 수업이 있어 평생학습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오픈데이"행사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북적북적한데 혼자라서 조금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더니 이런이런 행사를 하고 있으니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라고 안내를 해 주셨어요. 그래서 목공하는 공간도 구경하고 음악 공연도 보았습니다. 평소에 방문하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밤새도록 문을 열었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평생학습관 직원들은 어떻게 이런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생각은, 이렇게 밤 행사도 많고 수업도 많은데 직원들의 휴식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인문학이 중요한 것도 맞지만 구성원들의 충분한 휴식과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수원시에서 어떻게 이런 평생학습관 운영이 가능한지 너무 궁금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2011년 "인문학도시 조성 조례"를 재정했더군요. 그때 "도서관 걸어서 10분"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제가 이렇게 편히 도서관을 드나들 수 있나 봅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인문사업 대중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더군요. 염태영 시장님 인터뷰부터 담당 공무원들 인터뷰도 찾아 보았는데요. 인문학에 대한 온도차를 인정하는 것부터 신선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행정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에 고충을 느끼고, 시에서는 인문학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인문학 전문교육 및 포럼 지원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문학이란 말에 대한 수원시민의 의견" 설문조사 결과도 보았는데 어렵고 따분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많구나 싶었죠. 보통 인문학 강좌는 주로 성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수원시는 미래세대인 청소년을 참여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이런 많은 분들의 노력과 고민으로 수원시평생학습관의 훌륭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니 참 감동입니다.
인문학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설문에 수원시민들이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이 삶의 지혜와 사람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타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순간의 적대, 이 적대를 환대로 바뀌도록 하는 게 인문학의 역할이 아닐까요? 수원시평생학습관은 학습센터로서의 기능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이 고차적인 역할을 한치의 부족함 없이 수행하고 있는, 제가 난생 처음으로 시청 게시판에 글을 쓰게 만든 기관입니다. 게시판 제목이 "칭찹합시다"인데 칭찬이라기엔 한없이 부족한, 경탄과 존경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운영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아니, 여기서 조금 부족해도 충분합니다. 애쓰시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