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원시 평생학습관

통합검색

수강신청

수강후기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은유가 공유하는 글쓰기 비법 특강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17.03.14
조회수
6937/1



공유, 아니 은유가 수원시평생학습관에 떴다!


수강 신청 폭주로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에서 200여 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으로 옮겨 진행해야 했을 만큼 대박 난, 소위 "2.28 사태"로 명명되는 특강이 있다. 『쓰기의 말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유유,2016) 라는 제목의 책을 쓴 은유 작가의 특강이 바로 그것.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출간 당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생각의길,2015)에는 졌지만 지금까지도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이며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을 비롯하여 최신작인 에세이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2016), 『폭력과 존엄 사이』(오월의봄,2016)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 2월 방학이라는 시기를 감안해도 젊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은 고딩(?)이 게임의 유혹을 이기고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을 정도이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 와서 제일 잘 한 일이 은유 작가의 강의를 수원에서 처음으로 개설한 것이라고 평소에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소위 ‘은유빠’인 김재민 연구원은, 특강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읽기모임 ‘글항아리 안다미로’와 4월로 예정된 은유작가의 글쓰기 강좌에 대한 안내로 특강의 문을 열었다. 글쓰기 업계(만약 그런 산업이 진짜로 존재한다면)의 아이돌이라고 은유 작가를 소개한 김재민 연구원은 주변에 은유님을 섭외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온유’를 섭외한 줄 알고 출세했다고 부러워한다는 경험담에 근거한 소개라고 주장했다. 민망해하며 등장한 은유 작가는 나이 드신 분들이 ‘은유’를 ‘온유’의 오타로 생각하신다면서 소개 멘트가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글쓰기로 들어가는 104개의 문!


특강의 주제 도서인 『쓰기의 말들』(유유,2016)은 작가가 세심하게 추려낸 104개의 명언과 거기에 덧붙이는 작가만의 짧은 단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날의 특강을 위해 작가는 그 104개 중에서도 10개의 엑기스 문장을 다시 추려냈다. (특강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부사’를 제거해야 좋은 문장이 된다고 한다. 고로 앞선 문장의 ‘다시’는 제거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런 팁들 생각하느라 1시간이면 끝날 후기를 3시간이 넘도록 작성하고 있다는 게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다.) 시험 전날 직속 대학 선배가 짬짬이 모아둔 족보를 손에 넣은 기분이랄까? 이러고도 글을 안 쓸거냐? 라고 말하며 멱살을 잡는 듯 하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은 글을 쉽게 쓸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사실 글은 복제가 불가능하므로 글을 쓸 때는 매번 신입생이 된 기분이고, 종이 앞에서는 항상 당황스럽다는 은유 작가의 고백에 공감이 되었다. 한 시간 전에 종이, 아니 노트북 화면 앞에서 내가 겪은 일이니까. 이 책은 그 때마다 보던 용기와 자극을 주었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이렇게 모아놓은 글이 사과박스 네 개가 넘는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탐나는 사과박스가 아닐 수 없다. 작가의 팁에 따라 ‘제일’도 제거하고…). 같이 하자고, 글쓰기의 무시무시한 세계로 초대하는 책이다.

 


104->10->? : 10가지 중 하나를 추리라고 하면…?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10가지 말들

1.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리베카 솔닛)

2.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

3.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이성복)

4. 인식에 이르는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식의 매력은 적을 것이다.(니체)

5.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신영복)

6.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이태준)

7.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 처지가 되어보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아모스 오즈)

8.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윌리엄 진서)

9. 시험 삼아 내 입으로 읽으니, 이를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니, 다시 무엇을 한탄하랴! (이덕무)

10.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은유 작가는 작가 자신에게 중요했던 말들을 앞부분에 뽑았다고 했다. 니체가 말한 4번은 수강생들이 가장 와 닿았다고 뽑은 것이라고… 그 날의 특강을 들은 사람들 중에도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었다. 결국 글쓰기란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자아로의 여행이 아니던가? 대서양 횡단 호화 크루즈라기보다는 (왜 자아를 찾는 사람은 다들 거기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은유 작가가 궁금해 한) 산티아고 800킬로를 걸어가는 순례길에 더 가까운…


작가로서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관련된 앞부분에 이어 자료 찾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5번과 구체화, 시각의 전환, 퇴고 등 글쓰기에 필요한 좀 더 구체적인 충고인 6번, 7번, 9번, 그리고 작가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8번을 거쳐 아름다운 특강 마무리를 위해 선정한 10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부사처럼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라는 충고는 유효하다. 원고지 10매를 쓰기 위해 작가는 13매를 쓰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없어도 좋을 말을 들어내서 10매를 만든다고 한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고 사람은 모두 다른 것처럼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와 노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글쓰기는 기나긴 수련의 결과라는 비법만 동일할 뿐.

 


쇼 미 더 비법


특강이 끝나고 대강당을 나오면서 문득 타계한 일본의 시인 “오사다 히로시”의 <언어의 다시를 만드는 법>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은유 작가의 강의와 묘하게 닮은… 한 사람의 하루 하루를 깊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적은 단어로 살아갈 수 있는가‘이지 ’얼마나 많은 단어로 사는지‘는 아니다.

 

언어의 다시를 만드는 법

가다랑어 포가 아니다.

우선 단어를 고른다.

처음에는 단어의 표면의

곰팡이를 수세미로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리고 "생선살의 검은 부분에서

단어를 올바르게 깎아 간다.

단어가 투명해질 때가지 깎는다."

그 후에 냄비를 불에 올리고, 단어의 의미를 가라앉혀,

끓기 직전에 얼른 떠내고 가만히 걸러낸다.

그렇게 해서 추출된 시와 문장에는

놀랄만한 한 줄이 언젠가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멈춰서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

군살을 깎아낸 단어들은

다변과 수선스러움 투성이가 된 심신에 깊은 맛이 되어 스며 든 것이다.

 

- 오사다 히로시 -

 


글쓰기 업계 아이돌의 진화


일단, 이 강의를 듣고 후기를 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기자 본인에게는 작가의 권유가 먹힌 셈이다. 특강에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섰는지 작가의 생생한 경험과 수 년 간의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과 교류하면서 갈고 닦고 깊어진 풍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은유 작가의 ‘빠’는 아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팬 층의 맨 뒷줄에서 서성이는 본 기자에게 오늘의 강의는 자연스럽게 작가의 이전 강의들과 비교하게 되었다. 예전의 은유 작가의 강의가 글쓰기 선배가 주는 희망이었다면 지금은 신선한 작가로 조금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듣는 사람 모두를 배려하며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는 말투와 봄은 멀었지만 꽃망울을 곧 피울 듯 봄의 기운을 안에 간직한 목련 같은 작가의 미소는 여전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유려해진 강의가 왠지 아쉬웠다. 어쩌면 글쓰기 선배의 자리를 넘겨줄 학인들을 많이 양성하고 이제는 정말 작가로서 전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연예계에서나 글쓰기 업계에서나 아이돌의 진화는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봄이 만개하면 시작될 은유작가의 <감응의 글쓰기> 강의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