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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생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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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공방 탐험

작성자
박영선
작성일
2016.08.31
조회수
5930/1




ⓒ박영선


느림의 미학 제대로 즐기기
당신도 깎을 수 있어요


"자, 이제 여러분은 이 나무와 칼 한 자루만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깎을 것입니다."
"불가능 할 것 같지요? 그렇지만 다섯 시간 후에는 여러분 모두의 손에 이것처럼 아름다운 숟가락이 쥐어져 있을 것입니다."
"나무 속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들어 있습니다. 그 부분만 제외하고 연필 깎듯이 계속 깎으시면 됩니다."
"어이쿠~ 말은 쉽네~"
 
나이와 성별이 골고루 섞인 10여명의 수강생들이 공방 수업 '나무 깎는 생활' 특강에 겁도 없이 모여들었다. 강사의 무심한 듯한 표정에 수강생들은 조바심이 났다.
"아차! 잘 못 왔나?" 하는 당혹감에 지레 힘이 빠진다. 모두들 어른 팔뚝 만 한 나무와 한 뼘도 안되는 작은 창칼을 들고 난감해 하며 앉아 있다. "이걸 어쩌지?" 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섯 시간 후에 우리는 근사한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고 황홀해 하고 있었다. 기발한 모양의 수저들이 나름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뽐내고 있었다. 저 밑도 끝도 없는 나무에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 졌을까, 스스로 대견해 하며 우쭐하는 뽄새를 다들 감추려하지 않았다. 손가락에 잡힌 물집의 쓰라림과, 굳은 어깨의 근육통과, 등을 흥건히 적신 땀의 흔적은 완성된 작품을 위한 장엄한 훈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나무 깎기의 '느림의 미학' 속으로, '그들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생활 속의 향기를 찾아서
 
모든 것에는 향기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향기'를,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 라고 정의하고 있다. 향기는 식물성이다. 동물에게서 나는 냄새는 그냥 '냄새'라고 하고 '체취' 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향기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향기의 옆에 있고 싶어 한다. 향기를 따라 꽃에게 가고 나무에게 가고 인공으로 만든 향수를 몸에 바르고 뿌린다.
    모든 향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숲이다. 숲에서는 꽃과, 풀과, 물과, 나무와 바람의 향기, 그 모든 것이 아우러진다. 숲의 향기는 자연의 향기이다. 자연의 향기는 여유롭다. 사람들은 여유를 찾아 숲으로 가고 싶어 한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한다.
 
목공실의 필요
 
숲의 향기를 내 생활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행위 중 하나가 목공이다. 목공은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어루는 작업이다. 작업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서 대패나 톱이 필요하고 칼과 끌과 각종 연장이 필요하다. 먼지도 많이 나고 소음도 여간 나지 않는다. 목공인들에게는 이런 상황 자체가 즐거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장소의 제약이 따른다. 소음이나 분진으로 인해 주위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작업실은 주로 한적한 곳에 많이 자리 잡는다. 요즘은 도심에도 다수의 목공소가 생겨서 동호인들이나 개인 수강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하지만 목공에 필요한 각종 기계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비싼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 도시 생활자들은 목공을 쉽게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거북이공방
 
수원시평생학습관에는 '거북이 공방'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문패로 달고 있는 목공실이 있다. 웬만한 고가의 장비도 갖추어져 있다. 학습관은 거북이공방을 소개하는 글에, "거북이 공방은 목공을 비롯한 다양한 '만들기'를 통해 삶의 기술을 습득합니다. 하지만 기술 습득에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왜 이것을 만드는지, 어떻게 만들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익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기술과 그 너머의 질문과 대화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거북이 공방을 기대 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 이제 당신의 시간이야
 
흔히들 나무 깎는 일을 자신을 깎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는 시간을 다듬는 일이라고도 한다. 참으로 거창한 말이다. 나무를 깎는 것은 그냥 나무 속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을 찾는 과정 일 따름이다. 그 무엇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나무가, 속살을 다 내 보여서 다른 생명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고, 또, 깎아 주는 일이다. 한 마디의 나무가 수년, 혹은 수십을 살아오며 함께 했을, 나무와 바람과 햇빛과 물과 숨을 한 결 한 결 사람의 손끝에서 토해내는 것이다. 그의 생을 온전히 들여다보며 그가 맞이했을 그것들을 되집어 보는 그 시간이 목공인에게는 기쁨이고 화해이고 용서일 터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당신이 온종일 앉아서 깍아 놓은 그 숟가락, 가게에 가면 오천원이야~~" 그러면 나는 그를 향기 가득한 '거북이공방'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리고 잘 드는 칼 한 자루와 나무 한 둥치를 그의 무릎에 놓아 주며 말 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당신의 시간은 무한대야~!"
 

 
2016년 거북이공방에서는,
'적정기술 워크숍(강사 정해원)', '나무 깎는 생활(길공방)'을 시작으로, '상상으로 깎는 나무' 와 '함께 만드는 과정 가치와 철학', '적정기술과 적정생산(바스큘럼)'과 같이 철학과 인문이 연계된 강좌도 진행했었다. '헌 옷 직물 벽걸개 만들기' 등의 수업과 '나무화분이나 상자 만들기(텃밭을 위한 목공)', 목공에 필요한 각종 기계 사용법을 배우는 '목공구 워크숍' 등은 특히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숲으로 가서 스스로 나무를 주워서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고 재활용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공방 연계프로그램으로 '매뉴얼 프로젝트', '움직이는 부엌만들기 프로젝트'(몹쓸 공작단원 천원진 장영환 작가)등이 진행되었다.
9월부터는 수강생이 아닌 일반인도 공방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체험 데이'도 월 1회씩 운영한다. 이 날은 누구나 공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공방에 있는 대패나 칼, 끌 등을 활용해서 작업할 수 있다.
활동 소모임으로는 '나무향기'와 '화요거북이'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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