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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추억 한자락, 예쁜 소풍같은 숲에서 나무 깎는 하루 워크숍 후기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16.08.31
조회수
6363/1



숲에서 나무 깎는 하루...
늦여름 추억 한자락, 예쁜 소풍같은 숲에서 나무 깎는 하루 워크숍 후기


“너무 예쁜 구름 사진 보세요~~”, “하늘 정말 끝내준다...” 이런 카톡 메시지가 30여 개쯤 뜨던 화창한 8월의 마지막 토요일 광교산 자락의 “자연누리 텃밭정원” 교육장에서 “숲에서 나무 깎는 하루”라는 원데이 워크숍이 열렸다. (자연누리 텃밭정원은 수원의 도시 농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 교육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텃밭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락 까먹는 시간을 포함하여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 워크숍은 ‘소풍’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릴 만큼 고즈넉하고 평화롭고 알찬 시간이었다. 수업은 인근 숲에서 나무를 주워와서 (약간의 채취를 포함) 칼로 깎고 마감하여 완성하는 과정이다. 강사는 양평에서 “길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철민과 구름 선생님으로 언제 보아도 평온한 분위기가 딱 나무 그 자체인 선생님들이다.



숲으로 가기 전 수업에 대한 개요와 나무의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침엽수와 활엽수 중 상상 밖으로 침엽수가 더 부드럽고 깎기 쉽다는 것이 의외였다. 소나무, 물푸레나무, 오동나무, 벚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이 우리나라 인근 산에 비교적 흔한 나무라는 설명이었다. 최종 작품의 크기를 고려하여 나뭇가지를 주워오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어머니가 “나뭇가지 주워와!”하면 벌벌 떨고 울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잠깐 으스스해졌지만 오늘은 당당하게 작업용 장갑으로 내 섬섬옥수를 보호하고 톱을 들고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의 종류를 구별하는 방법의 기본은 수피(나무 껍질)를 보는 것이지만 초보자는 잎사귀나 그것도 안되면 열매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구름(사람임!)은 설명하면서 땅에 떨어진 열매를 보라고 하였다. 과연 밤송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밤나무가 틀림없었다. 춘삼월 꽃필 때야 당연히 벚나무임을 알겠지만 지금은 구별하기 힘든 벚나무 수피에는 점점이 박혀있어 다른 나무들과 구분된다고 한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는 말라있거나 썩어서 목공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가지치기를 해주는’ 수준의 채취를 통해 필요한 목재를 구했다. 적절한 가지치기는 나무가 더 내실이 있고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뜨거운 피의 댓가로(잠깐 사이 모기에 무지 많이 물렸음) 확보한 목재를 가지고 다시 교육장으로 돌아왔다. 강사의 나무 깎는 요령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접목도라는 칼과 환도, 곡환도라는 조각도 종류의 칼로 나무를 깎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만들 작품은 대부분 숟가락, 잼칼, 주걱 등 소소한 그러면서도 없으면 좀 아쉬운 주방소품이 위주였다. 얼음이 들어가는 음료수를 젓는 나무숟가락을 만든다는 부부 참가자도 있었는데 강사님으로부터 재능이 있으니 정진해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숟가락 깎는데 무슨 요령? 하겠지만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작업하는 것부터 나무는 자연물이라 결을 무시하고 깎으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거칠어지는 등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이 있다. 기본은 결 방향의 작업이지만 디자인상 둥글게 작업하는 것이 많아 결 반대로도 다듬어주어야 할 일이 생기는데 그 경우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스냅을 넣어가며(이거 잘하는 아저씨들 과거가 좀 수상한…?) 조심조심 작업하여야 한다. 깊이 파는 부분의 목재를 쳐내는 것으로 거친 작업을 하고 나면 부위별로 소심, 아니 세심하게 작업에 들어간다. 강사님은 돌아다니면서 족집게 원포인트 레슨이 필요한 수강생들을 도와주었다. 다치게 않게 하느라 긴장해서 손에 힘이 들어간 채로 몇 시간 작업해서 그런지 손가락이며 어깨가 저릴 때쯤 도시락 먹고 하자는 강사님 말씀이 이리 반가울 수가!!



각자 싸온 도시락이 차례차례 등장하자 작업 테이블은 갑자기 소풍 테이블로 변했다. 김밥, 샌드위치, 밥과 반찬, 삶은 달걀(담당자 협찬), 천연 발효빵(자연누리 협찬)에 메이드인 자연누리의 허브 아이스티가 나왔는데 “이거 먹으러 여기 온다”는 학습관 담당자 정다현씨의 증언답게 아이스티는 김밥에도 빵에도 과일에도 너무너무 잘 어울리고 맛있었다. (세 컵 밖에 안먹은 건 발효식 자연 화장실이 두려워서는 절대로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나서도 깎기는 계속되었다. 조용한 가운데 삭삭삭 나무 깎는 소리만이 울렸다.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깎이를 끝내고 sand paper, 즉, 전문 용어로 뻬빠로 표면 정리를 한 후, 마감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어디에도 오일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수강생에게 호두(간식인 줄 알았는데…?)를 꺼내어 보여주며 면 티셔츠를 자르는 구름(다시 말하지만, 사람임!).


오늘은 호두를 직접 빻아서 아작, 아니 가루를 내고 그것을 천으로 감싸서 문지르는 것으로 마감을 한다고 한다. 호두나무로 작업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목공계의 오야꼬 돈부리(닭고기와 달걀로 만드는 덮밥)라고나 할까?) 과연? 하는 의심은 호두 꾸러미를 목재에 대고 문지르는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은은한 호두향과 함께 자연스런 기름이 나무를 감싸안았다. 남은 호두를 먹으면서 힘내서 두세 번 문지르자 약간 진해진 색의 나뭇결이 새색시처럼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다들 기름을 먹어 더욱 고급스러워진 나뭇결에 감탄하느라 야단이다. 수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나뭇결의 자연스러움이 사용할 때마다 뿌듯할 것 같다.


작품을 마무리하고 남은 목재를 얻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하늘을 보니 파란색이 묻어날 것만 같은 하늘 위로 양털 같은 구름(사람 아님!)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소풍, 처음이지? 매애애~.”
“맞아,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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