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시민 인문학교 신규 강좌
로쟈의 <서평, 어떻게 쓸 것인가?> 프리뷰
책 읽기와 글쓰기로 가는, 아담한 길 하나 만들 수 있을까?
“물고기가 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인생에 책이란 무엇인지 묻는 말에, 어렵고 거창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책에 살고 책에 죽는 사람이란 걸, 이렇게 담백하게 말하는 사람… 인터뷰 주인공은 바로 서평가 로쟈 이현우다. 모 포털 사이트 ‘지식인의 서재’란 기획물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의 인터뷰가 신선했다. ‘로쟈’라는 필명은 책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 (‘로쟈’는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니코프’의 애칭으로 러시아 문학 전공인 이현우 서평가의 이력을 담고 있다.) 필명과 본명 이현우를 검색하면, 10여 권이 넘는 책을 쓴 저술가면서 서평가임을 알 수 있다.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블로그는 책을 고를 때 꼭 둘러보는, 독서인들의 ‘성지’랄까? 그의 이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난다.
문제의 ‘로쟈’님이 9월 말,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8회에 걸쳐 강좌를 연다. 강의명은 <서평, 어떻게 쓸 것인가?>다. 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은 쿵쾅쿵쾅! 강좌를 열기까지,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학습관을 찾는 강연자들,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님이나 은유, 김중미 작가 등 내가 올해 초 만난 강연자들 대다수가 ‘수원’이 강연을 하러 찾아오기 참 힘든 곳이란 얘길 했다. 순전히 교통편과 거리 때문에 강의를 결정하면서 많이 망설였다는 얘기였다. 이현우 서평가는 어땠을까? 강의 요청에 흔쾌히 ‘그러마’ 했을까? 학습관에서 시민인문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민 연구원에게 이번 강연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로쟈’ 이현우 서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제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책 관련 사이트에 이현우 선생님이 서평을 쓰세요. 오래 동안 팬으로 독자로 알아온 셈이죠.
수원에 흔쾌히 오겠다고 했나요?
강의 의뢰를 드리는 강사님들 중에 수원에 흔쾌히 오겠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아무래도 강사님들의 집이 수원과 먼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리상 여건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이현우 선생님의 경우는 수요일 저녁 7시 30분 강의로 잡혔는데, 판교에서 5시 30분에 강의가 끝나서 마치고 바로 수원으로 오시기로 했어요.
봄학기에는 수요일 같은 시간에 은유 작가 강연이 있었죠? ‘르포’와 ‘인터뷰’를 비롯해 ‘생활 글’을 주로 다룬 거로 압니다만, 이번에는 왜 ‘서평’에 주목하게 됐나요?
이번에 특별히 ‘서평’에 주목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담당하는 시민인문학교에서 여는 글쓰기 강좌는 기술적인 방법론보다는 인문학적 사유,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은유 선생님의 <감응의 글쓰기>는 매주 한 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수업에 참여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글쓰기를 했어요. ‘생활 글’이냐 ‘서평’이냐는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글쓰기 강좌 중에서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인문학교가 지향하는 ‘성찰적 삶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인문학 관련 글쓰기를 찾는 거죠. 이현우 선생님의 <로쟈의 서평, 어떻게 쓸 것인가?>도 은유 선생님의 <감응의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한 주에 한 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하기에, 가을 학기 글쓰기 강좌로 선정하게 된 겁니다.
서평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 많이 있잖아요? 왜 이현우 서평가를 모시게 됐나요? 강연을 듣고자 하는 분들이 강연을 선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수원시평생학습관 인문사회공유카페(http://cafe.naver.com/suwonlearn/487)에 가을학기 시민인문학교 강좌 예고를 하면서, 이현우 선생님의 알라딘 서재 ‘로쟈의 저공비행’ 사이트를 공유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처음 로쟈의 서재를 방문한다면 리뷰 글을 보면서 그 날 밤을 새우게 될 정도로 많은 책을 잘 소개해주고 있어요. 방대한 독서력과 인문학적 내공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서평을 쓰는 학자라, 이현우 선생님의 이번 강의가 서평 글쓰기와 인문학 공부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
저처럼 강연 제목만 듣고, 이번 강연! 눈독 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로쟈’나 ‘서평’ 모두 낯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어떤 분들이 이번 강연 들으면 좋을까요?
서평 글쓰기에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해요. 매주 정해진 책을 정독하고, 서평 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더라도,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분야별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는 식견, 책을 읽고 서평을 써 보는 것이 공부 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가을 시민인문학교에서는 서평가 로쟈 뿐만 아니라, 철학자 고병권,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님 등... 새로운 강연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가을학기, 담당자로서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보통 여성학 관련 강좌를 맨 처음 배치해요. 부끄럽지만, 뭘 알아서 기획하는 건 아니고, 알고 싶어서, 배우기 위해서죠. 봄학기에 함께 해주신 정희진 선생님께서 가을에도 <세상을 아는 방법, 여성주의>로 강연을 하시고요. 예전부터 모시고 싶었던 엄기호 선생님께서 <꿈꾸다: 40대의 삶을 통해 돌아본 한국 사회>란 강연 준비하고 있어요. 박해천 교수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와 중산층의 삶>이란 강연도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병권 선생님 강연, 기다리는 분들도 많아요.
보통 강의 의뢰를 드리기 전에 강사님의 책, 칼럼, 인터뷰, 인터넷에 있는 강의 영상 등 최대한 많은 자료를 보고 메일을 보내요. 잘 안 될 경우, 강사님이 다른 곳에서 하는 강의에 직접 강의를 들으러 가죠. 저자의 책에 사인을 부탁드리며 강의를 다시 요청하고요. 고병권 선생님이 그런 경우였어요. 서울에서 열린 선생님 강의를 제가 들으러 가서 학습관 강의 승낙을 받아 냈어요. 이번 강의 주제는 <다이너마이트 니체: 나는 다른 나를 기다린다> 입니다.
강의 제목만 듣고 가슴 두근대는 강의는 그리 흔치 않다. 나에게 ‘로쟈’ 서평가의 강의는 그래서 특별하다. 강의 기획자의 마음이 꼭 농부의 마음 같다는 생각도 한다. 쌀 한 톨이 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을까? 보이지 않는 것도 살피며, 가을학기 수강 신청을 해야겠다. 무더운 한여름에 미리 가을을 엿보니 마음으로부터 선선한 바람이 분다.
김재민 연구원이 알려준 것처럼, 이번 서평 강연을 통해 좋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기르고, 글로 남긴 책에 대한 흔적이 얼마나 큰 공부인지 깨닫는 시간이 되길... 책 읽기와 글쓰기로 가는, 아담한 길 하나 만들게 되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자유롭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