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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고 있던 막걸리의 세계

작성자
강기원
작성일
2016.06.29
조회수
5514/1



<더느린삶> 막걸리교실
"온전한 자연적인 그 맛을 스스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

 
강의 개시일 수주 전, "자기 막걸리 강의 함 들어볼래?" 라고 아내가 지나가듯 이야길 했었다. '막걸리에 강의를 들을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심 수제막걸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 도 있던 터라, 아내의 제안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더느린삶 '막걸리교실'>이라는 강좌를 듣기 위해서 난 약 6주간, 특히 화요일은 더 바삐 살아야만 했다. 제목은 더 느린 삶이라 했는데 술을 내리고 배우고 하려니 평소보다 훨씬 더 바쁘게 보냈던 것 같다.
 
강의는 막걸리에 대한 인문학적 배경을 배울 수 있었던 1강, 실습이 주가 되었던 2~5강, 그리고 하우스막걸리에 대한 전망을 끝으로 하는 6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 시간마다 막걸리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전통주 종류, 술 빚기 실습, 누룩제조-들을 습득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나에게 있어 막걸리란, 신 김치가 어울리고 파전 같은 묵직한 안주와 잘 어울리고 얼큰하게 마시면 왠지 젓가락으로 밥상을 두들기며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은, 아저씨나 할아버지의 술 같은 이미지가 강했었다. 적어도 이 강의를 수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불었던 커피 열풍, 그리고 창업의 뜨거운 감자였던 커피를 예로 들면 그 단순한 아이템으로 얼마나 많은 문화와 콘텐츠를 양산 하였나 생각해보았다. 생두를 볶아서 가루를 내고 물로 내려서 먹는 그 단순한 과정을 French Roasting, City Roasting 등으로 볶는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를 하고 물 내리는 방법에 따라 Drip, Dutch 등의 방법으로 세분화 하고, 그리고 이종 Coffee bean을 서로 혼합하는 과정을 Blending으로 부르면서 맛 뿐 아니라 분위기와 문화를 상품화, 성공적인 결과가 있는 듯 하다.
 
태생적으로 주류와 음료의 개념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막걸리의 경우에는 지역의 양조장이 있기는 하나 유통망이나 지역적 한계로 인해 마켓에서 접할 수 있는 막걸리의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막걸리와 더불어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또한 제한적이다 라는 것이 지금까지 내 생각이었다. 늘 주점에 가면 있던 장x막걸리, 그리고 기타의 막걸리들, 아무래도 대중성이 있어야 하고 생산성과 상품성이 있어야 하다 보니 마치 메이저 커피전문점의 블렌딩 된 아메리카노처럼 모나지 않고 두루두루 어울리는 맛, 하지만 개성을 느끼기엔 왠지 조금은 아쉬운 그런 맛들이었는데 수업시간에 시음한 지역의 막걸리들을 보니 내가 모르던 막걸리의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또 새로운 맛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활발히 전개 되고 있음을 느꼈다. 
커피가 로스팅 정도와 시간, 그리고 물의 온도, 사람의 감각에 의해 맛이 좌우되는 단방향적, 산술적인 맛이라면, 온도와 시간, 효모와 누룩의 역할 그리고 사람의 감각 따라 맛이 달라지는 막걸리는 양방향적인 맛이며, 감각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맘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접할 수 있는 공장생산 주류와, 발효와 숙성의 과정에 적어도 일주일이 필요한 수제 막걸리와의 맛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맛의 깊이를 논하기엔 경험과 시간이 너무 짧을 것이고 그 정도의 맛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그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고서라도 미각이 눈치 못 챌 만큼 두리뭉실하게 잘 다듬어진 일반적인 시판용 막걸리의 맛에 비해 확실히 거칠고 혀끝 미각세포 하나하나마다 전해지는 누룩의 구수함과 톡 쏘는 알싸함, 그리고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는 온전한 자연적인 그 맛을 스스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본 강의를 수강하여 얻은 대단한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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