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획단이 함께하는 북 콘서트 3월]
‘불안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with 노명우(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불안의 시대, 자기만의 치타델레를 간직하라
허영이 아닌 문화
예전에 한 그림책 작가의 북 콘서트를 보러 마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왕복 시간만 4시간, 교통비도 2만 원 가까이 들었다. 내가 수원에 살며 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이런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는 일종의 허영이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북 콘서트가 열렸다. 집에서 왕복 시간은 1시간, 교통비는 2천 원, 문화가 허영이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3월 15일 저녁 7시, 수원시평생학습관에 부드러운 기타 소리가 감겨든다. 가수 이선희가 부른 ‘그중에 그대를 만나’이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 그중에 그대를 만나~’ 오늘 북 콘서트를 찾은 사람은 단지 구경꾼이 아니란 얘기다. 특별한 인연으로 맞이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기타 공연 주자들은 ‘누구나 기타 향기’라는 학습관 동아리 사람들이다. 학습관 누구나학교 강좌 가운데 하나인 ‘누구나 기타’를 듣고, 기타 사랑을 멈추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후속 모임이다. 오늘 행사를 기획한 모임 역시, 학습관 강좌였던 ‘독서토론 진행자 양성과정’을 들은 후, 책 사랑을 이어가는 ‘오독오독’이라는 동아리 사람들이다. 시민 북 콘서트 기획단 ‘나침반’을 만들고, 매달 다른 느낌의 저자를 만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런 걸 바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북 콘서트라 부를 수 있겠지.
불안의 시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 제목을 ‘불안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정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거창한 얘기를 들려주러 온 건 아니라고 말한다.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는 ‘최소식구사회’(最小食口社會)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애초에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도 많지만, 배우자가 있으면서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나 주말부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급속도로 동반 상승했다. 가족은 이제는, 막다른 사회에 안전망 구실을 하지 못한다. 불안의 시대에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신기루를 좇지 않는 거란다. 부자라면 이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만,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될 길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 헛된 꿈은 버리고, 현실을 바라보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혼자 살게 될 것이며, 그때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노명우 교수가 준비한 발표 자료는 대부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통계들이었다.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로 살펴보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때로는 통계가 감정을 품을 수도 있구나.
자기만의 치타델레를 간직하라!
혼자 살게 될 날을 대비한다고 하면, 연금 저축이나 보험 등 ‘돈’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돈만 있다면 뭐가 걱정이냐는 말을 많이 하지만, 죽을 때까지 혼자 살지 못하는 미성숙한 돈 많은 자 이야길 종종 듣지 않나? 돈이 아니라면 불안의 시대 혼자 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북 콘서트가 끝나고 책에 사인을 받았다. 노명우 교수가 써준 말이다. ‘자기만의 치타델레를 간직하는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치타델레’란 독일어로 요새 안에 독립된 작은 보루라는 뜻이다. 노명우 교수의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 밑줄을 그어본다. "치타델레는 반죽을 24시간 숙성시켰다가 구워야 제맛이 나는 이탈리아 치아바타 빵 만들기의 자세를 요구하지만, 세속의 스피드에 완전히 포섭되어 버린 사람은 치타델레의 공간이 30초 만에 음식을 서빙 하는 패스트푸드 식당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식당에 들르듯 급하게 치타델레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해서 자기밀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세속의 스피드에 포섭되기 직전인 나, 나를 들키고야 말았다. 오늘 북 콘서트에서, 그동안 내가 불안했던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