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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생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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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느린삶 평화가 깃든 밥상 후기

작성자
김정희(수강생)
작성일
2015.07.29
조회수
6724/1



수원시평생학습관은 작년부터 나에게 에너지와 정이 넘치는 장소였다.

2015년 1학기 수강생모집 전단을 보다 더느린삶이라는 큰 제목으로 여러 강좌가 개설되어 있었다.

소박한 재료로 단순하게 만들고 음식에 관한 고민,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평화가 깃든 밥상’ 강좌의 배울 음식들을 보니 다 내가 한 번쯤 맛보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두부스테이크 등등 왠지 이름부터 내 몸을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게 해 줄 것 같았다. 수업 시간도 오후2시~4시까지라 나에겐 더더욱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신청하고 드디어 4월 8일 첫 강의를 들으러 1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평생학습관 담당자가 반갑게 인사해 주며 명찰을 건네주었는데 역시 수강신청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리 실습 조 별로 모여앉아 강사님 소개와 각자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 오신 분, 친정엄마가 대신 수강신청 하신 분, 건강한 음식을 알고 싶어서 오신 분 등 각각 다양한 이유로 평화가 깃든 밥상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드디어 내 소개 순서가 되었고 음식메뉴를 보고 제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라 신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소개된 음식들을 먹으면 10년 동안 육아하느라 지친 내 몸에 에너지를 많이 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했던 분이 나를 보며 씩씩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강사 송정은 선생님은 정도 많고 수강생들과 눈을 맞춰가며 특유의 애교 있는 목소리로 음식살림 노하우를 자세히 알기 쉽게 조곤조곤 말씀해 주셨다. 그동안 봄나물에 별 관심이 없고 대충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요리를 하기 전에 향을 맡아보고 잎도 따서 조금씩 맛을 보게 하셨다. 양념들도 조금씩 손등에 올려 맛을 보았다. 맛보는 행위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오감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양념을 쓰지 않고 원당, 현미식초, 간장, 들기름 정도로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참 새로웠다.
 
 
3주차에는 무형광 소창 행주 만들기 시간이 있었는데, 사실 난 자수를 잘 못해서 약간 긴장이 됐었다. 하지만 같이 수업을 받는 분이 자수를 잘 하셔서 다음 시간에 예쁘게 만든 행주를 가져 오셨는데 나중엔 부러워서 나도 집에서 만들어 볼 생각이 들었다.

5주차에는 특별한 날의 멋진 손님초대 상차림으로 두부스테이크와 볶음밥, 봄나물 무침과 전, 오미자 화채를 했다. 방풍나물전과 홍화나물전을 했는데 지글지글 기름 냄새에 잔칫집 분위기가 느껴졌다. 계란을 쓰지 않고 도토리 가루와 치자열매 우린 물로 반죽 옷을 입히니 더 고급스럽고 깔끔한 맛의 전이 완성되었다. 특히 그날 생 고추냉이 드레싱을 찍어서 맛을 보았는데 매콤하면서 깔끔하게 입맛을 환기시켜 주었다. 쉽게 사기 어려운 재료라 수업을 마친 후 수강생들끼리 구입처를 찾아 공동구매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6주차에는 채소육계장과 현미밥, 하귤청 주스를 만들었다. 강사님이 하귤청 주스에 곁 드릴 아카시 꽃을 직접 따 오셨는데 향이 너무 좋았다. 하귤청 주스는 내가 살던 제주도의 아련한 추억과 어린 시절을 떠올릴 만큼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다.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큰 귤나무들이 집 뒤뜰에 있었는데 그 귤들을 따서 설탕에 재어놓은 것을 엄마 몰래 꺼내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지막 날이라 멋지게 꾸민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수강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한 분 한 분 그분들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말 그대로 서로 경계를 허무는 흐뭇한 자리였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이 주는 음식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인데 그냥 한 끼 대충 허기를 면하거나 생각 없이 먹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이번 평화가 깃든 밥상을 수강하면서 내가 깨달은 건 우리가 먹는 음식들 안에 우주가 들어 있고 그 음식을 먹은 우리가 곧 우주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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