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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양봉 mini강좌 후기-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는 우리는 센스쟁이!

작성자
이명선
작성일
2015.04.02
조회수
7140/1



도시양봉 mini강좌 후기
지구를 지키는 도시양봉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는 우리는 센스쟁이입니다."
 
 
그 누가 나를 보고 꽃 한 폭을 치라시면 선지보다 더 하얀 바람 한 필 끊어다가 저 핏빛 내 가슴을 적시는 당
신만을 치리라...김옥중의 ‘홍매화 그늘에서’와 잘 어울리는 홍매화가 평생학습관 앞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2주 전에 들렸을 때 실눈을 뜨는 아기처럼 작은 꽃눈이 매달려 있어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그새 붉은 핏빛을
토해내고 있다. 그 꽃 아래 서니 윙윙거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바로 봄 마중과 더불어 시작된 꿀벌의
꽃가루 채집이 한창인지라 바쁜 날갯짓이 내는 소리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지나는 아이가
뭐하느냐고 묻는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내 할 일이 기억난다.
 
홍매화벌.jpg
(학습관 앞의 홍매화와 벌)
‘우리는 서울에서 꿀벌을 키우는 어반비즈서울입니다’ 강의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소리다. 영상 속
의 모습은 서울이 아닌데 장소가 서울이란다. 화면 속에 시선을 고정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꿀벌을
키울 수 있나? 꿀벌을 본 적이 언제인지 헤아려 보니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 들었던 벌들의 소리가 떠오르며
주변에 가까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거나 무관심했다.
 
미니강좌.jpg
(도시양봉의 모든 것, 미니강좌)
 
어릴 적 산골에 살았을 때 할아버지가 벌을 키우셨다. 소나무를 원통형으로 깎아 아래쪽에 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씌워 집 주변에 놓아두면 벌들이 꿀을 만들어 주었다.
커다란 소주 됫병에 내린 꿀을 담아두고 가래떡을 찍어 먹기도 했고, 배가 아프면 물에 타서 먹기도 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여왕벌이 자신을 따르는 일벌들과 벌집을 나갔다고 그 벌들을 찾아 산을 헤매
시던 할아버지 모습이다. 그 벌들을 찾아 새로운 벌통에 입주시키면 다행이고, 영원히 못 찾기도 한다. 언제
부터인지 집에서 벌을 키우는 것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기억에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벌을 잊었다.
 
강의를 신청하기 전까지 ‘도시양봉’이란 말도 생소했다. 도심에서 조금 비켜난 산자락 아래 놓여있는 벌통을
본 적은 있지만 도심의 중심지에서 벌통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꿀벌을 눈여겨 본 기억도 없다. 그런 내가
도시양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실제로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는 사람 앞에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뉴스가 한동안 들썩였던 때가 있었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
타인이 한 말이라고 와전되었지만 그만큼 지구의 환경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반증하는 말이
기도 하다.
빠른 문명의 발달은 인간을 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빠름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어느 순간 행복
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게 되고, 정체성의 고민은 귀향을 꿈꾸게 된다. 그 속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의 가
치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정신적 건강 못지않게 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진짜 믿
을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하나 현실은 진짜 같은 가짜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 어느 것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그럼 내손으로 진짜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생겼다. 도시양봉도 같은 맥락이다.
벌통.jpg 
(학습관 옥상 위의 벌통들)
도심에서 벌을 키우며 사람과 꿀벌이 공존할 수 있는 푸른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찾은 어반비즈서울의 대표
박진 씨는 서울의 중심 명동 유네스코빌딩 옥상, 한강 노들텃밭, 은평구 갈현텃밭 등 서울시내 곳곳에 벌통을
설치해 벌을 키우고 있다. 도시양봉이야말로 생태계를 살리고 도시와 자연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꿀벌 없이는 옥수수 등 곡물과 사과·배 등 과일이 열리지 않는다. 인공 수분을 동원하더라도 인류가
영위할 막대한 양의 곡물과 과일을 생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도시양봉은 도시환경의 가늠자로 환경지
표종인 꿀벌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방증이고, 도시 생태계의 생물다양
성 확보와 가까운 곳에서 꿀벌의 중요성과 위기를 알릴 수 있으며, 도시환경의 개선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30%는 꿀벌이나 곤충의 가루받이가 필요하다. 충매화 곤충인 꿀벌이
사라진다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1%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다보니 인류는 당장 식량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순환하는 먹이사슬 계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꿀벌가루.jpg
(<시사매거진 2580 꿀벌, 도시를 날다> 화면 캡처)
 
하지만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나더니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적에서 발생하여 꿀벌의 수가 급속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토종벌이 낭충봉아
부패병에 걸려 90% 정도가 폐사했다 한다.
 
꿀벌의 위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일 것이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전자기기의 전자파,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문제, 과도한 농약 사용, 지구온난화 문제 등이다.
 
그러나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세계 각국이 꿀벌에게 치명상을 안기는 농약을 한시적이나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작은 출발이지만 도시양봉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이다. ‘고온건조한 우호적
환경과 밀원의 다양성, 농약에 의한 벌의 폐사 위험이 적어 안전성과 생산성이 높은 점’도 도시양봉의 장점이
라 하니 텃밭에 다양한 꽃과 식물을 심는 것도 좋겠다.
 
점차 사라져 가는 꿀벌을 불러들여 자연의 균형과 질서를 회복시켜 주는 환경운동의 첫 시작이 도시양봉일
도 있다. 그리고 인위적 첨가물이 아닌 자연그대로의 달콤한 꿀을 직접 채취해서 먹을 수 있는 즐거움에
굳이 허니*터칩이란 과자를 찾지 않아도 된다.
 
벌에 쏘일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작은 공간에서 이곳저곳으로 생명의 씨앗을 옮겨다주는 벌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 먹거리를 해결해주는 고마움에 비할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는 도시
봉가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 강의가 수원시평생학습관에 마련되어 있다.
 
•일시 : 2015년 4월 23일 ~ 6월 11일 오전 10시 ~ 12시
•장소 : 수원평생학습관 203호, 옥상(실습장)
•강사 : 박진(어반비즈서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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