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프로젝트: 따로 또 같이
놀이하는 삶,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1 놀이에 목마른 아이들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런닝맨’을 봤다. 텔레비전에서 맘껏 뛰어노는 연예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뭐가 저렇게 재밌을까?’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아이들은 ‘런닝맨’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중이다. 주변 어디를 살펴봐도 맘 놓고 뛰어 놀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설령 장소가 있다 해도 함께
놀 친구가 없다. "너 몇 분 놀 수 있어?". 몇 시간도 아니고 고작 몇 분만 지나면 뿔뿔이 학원으로 흩어진다.
어른들이 드라마를 보며 판타지에 빠지듯 아이들은 놀이가 사라져 버린 현실을 ‘런닝맨’이란 판타지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뭘 하고 놀아야 할 지, 어떻게 놀아야 할 지, 오히려 놀
시간이 주어지면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2 놀이는 공부의 반대말?
"만날 놀 궁리만 하고, 공부는 언제 할래?". 다그치는 부모도 맘이 편치만은 않다. 놀 시간도 놀 친구도 없는
아이들은 손바닥 크기만 한 스마트폰에 빠져, 학교와 학원 사이 너덜너덜 조각난 시간들을 때우고 있다.
어쩌면 스마트폰과 게임은 아이들이 찾아낸 생존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놀이’일지도 모른다. 놀이는 공부의
반대말일까? 놀이 연구가 편해문 선생님은 말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이라고. 아이들은 놀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3 놀이터 프로젝트 따로 또 같이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놀이터 프로젝트 따로 또 같이’. 놀이에
목마른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놀이와 놀이터 만들기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모였다. 지난 3월 17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4회에 걸쳐 놀이에 대한 기본 과정 강의를 듣고, 이어 오는 9월까지 놀이 실습과 후속
교육이 이어진다. 참교육 학부모회 수원지회와 어린이 도서 연구회, 수원 여성회와 매탄 4동과 조원 1동
누구나학습마을 분들이 함께 참여한다.
#4 놀이, 다시 돌아보기
첫 강의는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이수정 이사님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강의실을 가득 매운 열기에
아이들이 놀이에 목마른 만큼, 부모의 관심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4가지,
먹기, 자기, 배설과 숨쉬기를 제외한 나머지라고 한다. 일상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 놀이
이기도 해서, 아이들은 놀이를 하며 일상에서 입은 생채기를 치유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놀이를 배운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접할 기회가 적다. 놀이를 전해줄 전수자가 없다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가 직접 놀이를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자는 것이 이번 놀이터 프로젝트
의 취지가 아닌가 싶다. 학습은 정해진 아이들만 칭찬 받지만 놀이는 다양한 아이들이 나름의 재능을 발휘
하는 평등성을 갖고 있다. ‘논다는 것은 귀한 삶’이라는 이오덕 선생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강의는 끝났다.
#5 놀기 위해 세상을 사는 어른
돈을 많이 벌려면 공부하고 일을 해야 한다. 놀면 안 된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아이들은 놀지 않는 대신
공부도 일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이 돼 간다. 놀이를 반납한 대신 가끔 돈으로 사는 놀이감과 돈을 내고
노는 실내 놀이터와 놀이 공원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잠시 잊어버린다. 그리고 무기력한 현실로 돌아와 왜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남들이 하라고 하는 공부를 한다. 나와 내 아이들이 돈의 노예가 아니라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놀아야겠다. 놀기 위해 세상을 사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분명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기력한 현실로부터 스스로 탈출할 것이다.
놀이터 프로젝트 ‘따로 또 같이’, 앞으로 이어질 강의와 실습을 함께 한다면 세상을 바꿀 ‘놀이’의 비밀을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