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열린극장「말하는건축 시티:홀」
서울시청 건축을 둘러싼 갈등과 가능성을 말하다
수원시평생학습관 도요새책방에서는 한 달에 2번, 마을 열린극장을 운영한다. 시사적으로 이슈가
된 영화 혹은 예술영화를 관람하면서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른 재미와 의미를 느끼는 시간이다.
11월은 건축에 대한 키워드로「말하는 건축가」와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상영했다.
11월 29일 토요일에 상영된 마을열린극장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새로 지은 서울시청의 디자인과 시공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서울시청 건물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많았기에 영화 역시 최악의 시청 건물에 대한 비판
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청 건물에 대한 지적보다는 건축을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조율과정, 갑과 을의 관계에 얽힌 갈등, 공무원의 일처리 방식 등을 골조 건물처럼 그대로 드러냈다.
3,000억이라는 예산이 투여된 서울시청 건물. 공동작업으로 서로간의 화합과 조율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면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비단 건축물만 그러할까? 대부분의 가정, 기업,
조직체에서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때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자체는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다.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불편한
감정도 느끼게 된다. 공사 현장의 흉물스러운 철근, 시멘트 등의 모습은 단순히 디자인으로 건축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완공까지 7년이나 걸렸던 숨겨진 이야기. 어떠한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영화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재은 감독은 한국의 보기 드문 여성 감독이다. 이전 작품인 ‘말하는 건축가’ 는 고 정기용 건축가의
삶을 담은 영화였다. 마을회관을 목욕탕으로 만들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기적의
도서관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의 삶을 섬세하게 담아 냈던 영화가 기억난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어서 그런지 소규모 영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특징이다.
시공사와 설계사 그리고 서울시간의 갈등요소를 담았던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어찌됐든 갈등을
넘어서 결과를 이루어 내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의 상징성이 되는 시청 건물은
우리의 욕망이 뒤얽힌 부조화된 모습의 상징으로 남겨졌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괴이한 건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따뜻한 관심으로 이곳에 담겨지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 두 가지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시청건물을 바라보게 될 시선이 양극단으로 나뉘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나의 모습, 또한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공의 담론을 조율해가면서 유형의 건축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무리하면서 서로 사과하고, 마음을 표현했던 모습도
인상적. 결국 영화를 통하여 보여주는 것은 시청사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낯설게
존재하고 있지만 건축 과정을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좀 더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채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 아니었을까.
수원시평생학습관, 마을 열린극장의 12월 영화는 무엇일까? 12월 6일(토) 「시리어스 맨」과
12월 20일(토) 「천하장사 마돈나」 이다. 두 영화 모두 연말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고민케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을 열린극장 관람을 원하는 분은 수원시평생학습관 홈페이지나 방문으로
신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