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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학교 후기-정조의 꿈, 수원화성 답사를 마치고

작성자
박형하
작성일
2014.11.13
조회수
6105/1



길위의 학교 후기
정조의 꿈, 수원화성 답사를 마치고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시행하는 강좌 “길 위의 학교”에 참가했다. 주제는 “정조의 꿈, 수원화성”이다. 해설사는
한신대학교 정조교양학과 김준혁 교수이다. 길 위의 학교를 통해 행궁과 화성에 대한 나의 지식의 폭과 깊이
를 넓히는 답사였다. 여기에 정조의 꿈이라는 덤까지 있었다.
 
집결지 신풍루 입구에 햇빛은 따사롭게 비추고, 하늘은 높고 청명하며, 산들바람까지 곁들인다. 신풍루의
"풍"자는 한나라 고조의 풍패지향이란 고사와 정조가 새로운 고향으로 삼겠다는 중의의 의미가 있다.
입구의 느티나무는 사도세자가 온양행궁의 입구에 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는 정약용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본받아 화성행궁 입구에도 심었다고 한다. 정조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에 애잔하게 피어오른다.
 
정조는 1795년 윤2월 14일 새벽에 신풍루 광장에 모인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 등 4,500명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다. 더불어 죽을 쑤어 먼저 그 맛을 본 후에 먹이도록 하였다. 날씨가 추워 늦게 오는
사람에게 죽을 데워서 먹이라는 특별한 지시도 하였다. 정조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오늘날에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복지정책의 입안자들에게 죽비는 되었으면 한다.
 
화성 안의 봉수당은 왕의 행차 시에 집무를 보았던 곳이다. 정조 19년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베푼 장소이다. 회갑연에는 봉수당 앞 계단에서 마루에 이르기까지 특설무대를 꾸몄다. 진찬도에는 친인척과
고위관료부터 중인계급인 승려까지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도 정조가 마음에 품고 있는 백성관은
반상의 귀천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임을 알 수 있다. 큰 임금이다!
 
봉수당에서 화령전으로 가는 길목에 득중전이 있다. 임금이 활쏘는 곳이다. 정조는 활을 잘 쏘았다고 한다.
50발을 쏘아서 49발을 과녁에 맞추면 나머지 한 발을 항상 쏘지 않았다고 한다. 성취감에 빠진 인간의
교만함을 경계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자기 수양이 훌륭한 임금의 인품에 존경심이 일어난다.
 
행궁 옆에 정조의 군복을 입은 어진을 모시고 있는 화령전이 있다. 순조가 아버지인 정조를 그리는 마음에서
당대의 명장들을 동원하여 지은 건물이다. 정전인 운한각은 원형이 보존된 것으로 조선건축의 백미라고
하신다. 살창과 월대, 아궁이, 환기구, 도르레 등이 있다. 처음에는 어진을 모셔놓은 단순한 전각으로
보였는데 순조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그 정신이 기려지고 몸과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 중국 당나라 수도 장안성과 경합하여 물리치고 등재되었다.
이 스토리는 중후장대하다고 뛰어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어 화성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솟는다.
화성은 석성과 토성의 장점만을 살려 축성하였다. 당시의 군사무기로는 공략하기 어렵도록 시설물과 지형
지물을 활용하였다. 동북공심돈과 서북공심돈의 뛰어난 원형미와 내부의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게 하는
것은 정약용의 설계에 없는 정조의 아이디어라 하신다. 건축미까지...정조의 능력은 어디까지였을까?
 
연무대 안의 하마석은 정조가 말에서 내리면 하급관리나 노비들이 달려와 엎드리는 인간계단의 폐단을
제거하고자 하여 설치하였다고 한다. 정조의 위민정신이 드러나는 징표석이다. 인간미가 넘친다.
동북각루라고도 하는 방화수류정은 용마루가 여러 개인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현판은 김기승의 글씨이다.
글씨대로 “꽃을 찾고 버들을 쫓아가는 정자가 아니라” “버들천(수원천)을 따라 아버지 묻혀 계신 화산
(사도세다가 묻힌 뒷산)으로 들어간다” 라고도 해석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정조의 효심에 숙연해진다.
 
곁에 있는 화홍문은 수문은 홍수예방, 쇠창살로 외적대비, 아치위로 다리를 놓아 통행기능, 대포 설치,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한국건축의 걸작이란다.. 화서문 외벽에 있는 억새군락은 오후의 햇볕을 받아 은색의
물결을 연출하는데 아름답기 그지없다, 억새는 단순한 관상용이 아니다. 가을에 베어서 말린 억새의 대를
화살대에 묶으면 불화살이 되는 최고의 재료란다. 선인들의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
 
시간상 서장대는 다음기회로 미루었다. 오늘 길 위의 학교는 정조의 효심, 진휼정책, 백성관, 인품, 미적
감각, 위민정신, 문화재의 혼 등을 배웠고, 화성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게 하는 하루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신 수원평생학습관과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명해설의 김준혁 교수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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