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

통합검색

열린마당

언론보도

[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3 - 법은 문제를 해결하는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9.21
조회수
826

필자의 큰형 조영황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오랫동안 변호사로 지냈으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권익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다. 2004년 국가권익위원장을 맡기 전엔 ‘시골 법원’에서 판사를 4년 동안 했었다. 지방의 군에 상주하면서 가벼운 사건을 다루는 판사 역할을 한 것이다. 형님은 순천지방법원에 속하는 고흥군과 보성군을 맡는 판사 역할을 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송사를 다루면서 형님은 법원의 판결이 인간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부분 사건이 어느 일방이 100% 잘했고, 다른 일방이 100% 잘못했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양쪽 다 지쳐서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시골 판사를 하면서 포청천과 같은 ‘명판결’을 하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은 대화를 통해 반성하게 만들고, 역시 대화를 통해 화해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너무 화투를 많이 쳐서 문제가 된다고 부인이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형님은 재판정에 남편을 불러 세우고 야단을 좀 친 다음 벌금을 물게 한다. 그랬더니 “판사님, 너무 벌금이 많아서 낼 수가 없으니 다른 벌을 줄 수 없나요?” 하고 물어 왔다. 낼 수 있는 액수를 알아본 다음 나머지는 동네 부역을 하도록 했다. 논에 물을 대다가 서로 몸싸움을 해서 온 피고인들이 있었다. 서로 사과하게 하고, 물 대는 규칙을 상의하여 정하게 했다. 시골이다 보니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화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고소·고발 사건이 너무 많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국가에 해결을 요청한다는 이야기다. 고소·고발이 1년에 40만 건에 이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경찰이 평균 88건을 다루어야 하는 숫자라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하면 무려 100배나 많은 건수라 한다. 고소·고발 사건 중에서도 직접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사를 의뢰하는 고소 건수가 훨씬 많다. 40만 건 중 35만 건이나 된다, 그런데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여 기소 송치되는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들을 국가기관에 의뢰해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왜 다툴 일이 없고, 억울한 일이 없겠는가? 그런 일이 있으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일 두 당사자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힘을 빌려서 그 동네에서, 그 공동체에서 해결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필자는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서 부당해고 같은 노동 구제 사건을 한 달에 5~6건을 다룬다. 근로자는 회사가 잘못했다고 주장하고, 사용자는 근로자가 잘못했다고 주장한다. 심판위원들이 볼 때는 양쪽 다 잘못이 있다. 한쪽이 더 잘못했다 하더라도 1~2% 차이에 불과하다. 판정을 내리면 약간이라도 잘못이 큰 쪽이 패한다. 그래서 화해를 권유하는데도 굳이 판정을 받겠다는 사람이 많다. 지더라도 판정을 해달라고 말이다.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정치권에서조차도 고소·고발이 빈발하고 있다. 야당은 여당을 고소하고, 야당은 여당을 고발한다. 심지어는 한 정당 안에서 고소하고 고발한다. 대화와 타협이 중심이 되어야 할 정치권조차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남에게 판단을 의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하려 않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이브(Hybe)의 창업자 방시혁 씨가 KBS의 명견만리에 나와서 BTS의 갈등관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인상적이다. 한 참석자가 물었다. “BTS는 7명이나 되는데 서로 다툼이 없는가? 다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 방시혁 씨가 노력하고 있다고 제시한 갈등관리 방안은 세 가지다. 첫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팀을 꾸리기 전부터 팀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팀이 중요하고, 팀을 위해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교육한다. 둘째는 문제가 있을 때는 서로 드러내놓고 싸우라고 권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치고받아도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셋째는 해결은 7명 팀원 모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방안이 아닐 수 없다.

 

choyho@ajou.ac.kr

[원문]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3]법은 문제를 해결하는가:화성신문 (ihsnews.com)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