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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3 - 위대한 양궁에 위대한 리더가 없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17
조회수
1768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한국 양궁은 위대하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전체 5개 금메달 중 4개를  우리 한국이 가져왔다. 남자 개인전만 빼고, 여자 개인전, 남녀 단체전 그리고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남자 단체전은 그것도 2연패이고, 여자 단체전은 무려 9연패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에서 9연패라고 하면 몇 년 동안인가. 여자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이후 33년 동안 금관을 지켜온 것이다.

 

유독 한국의 양궁이 이렇게 강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어령 박사는 우리가 원래부터 기마민족으로서 주몽처럼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다고, 그 이유를 민족성에서 찾았다. 어떤 외신 기자들은 한국이 여자 양궁과 여자 골프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젓가락과 김치 버무리기 같은 음식 문화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양궁인들은 이런 DNA론이나 문화적 설명을 일축한다. 그들은 한국 양국의 성공은 양궁인들의 철저한 노력과 전략의 산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이 땀과 지혜로 일구어 낸 것이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 양궁인들이 들인 노력은 무엇인가?

 

한국 양궁 성공의 첫 번째 요인으로 공정한 선수선발을 들고 있다. 양궁은 오로지 실력만 보고 선수를 뽑는다는 뜻이다. 작년에 우승했다고 시드를 주고 하는 일이 없다. 올해 선수를 뽑는다고 하면, 올해 시합을 해서 가장 최근의 성적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2020년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양궁에서는 이미 정해진 국가대표선수를 그대로 출전시키지 않고 다시 경기를 해서 선수단을 새로 구성했다. 다른 경기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양궁에서는 기득권도 있을 수 없고, 예우나 연고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1등 하는 것이 세계에서 1등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둘째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세계 양궁 시장에서 양궁 장비 시장은 미국의 호이트(Hoyt)와 일본의 야마하(Yamaha)가 양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들의 장비를 사서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최신 장비를 쓸 수가 없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국산 장비를 개발하기로 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몇 년 후 한국 장비 회사가 결국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장비 회사가 되었다. 그 회사가 ‘윈앤윈(Win&Win)’이다. 기술 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관련 첨단 기술을 꾸준히 양궁에 응용했다. 고정밀 슈팅 머신도 사용하고, 딥러닝 인공 기술로 코칭도 하고, 또 심박수도 자동 측정하여 선수들이 호흡도 조정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했다.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세 번째 요인이 있다. 이것은 리더십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 리더십이 있긴 있을 터인데 리더로 거명되는 저명 인물이 없다. 한국의 양궁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리더는 누구일까? 한국 축구 하면 잊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히딩크 감독이다. 월드컵에서 ‘겨우 4강’ 한 번 만들었는데 히딩크는 영웅이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9연패를 했는데 히딩크 이상 가는 리더가 분명 있을 만하다. 그런데 없다.

 

양궁의 리더십은 개인의 영웅적인 리더십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되고, 훈련된 시스템화된 리더십이다. 한국양궁협회에는 ‘양궁 지도자 연수’과정이 있다. 무료로 운영하는 대신에 양궁협회가 요구하는 지도 기준을 지도자들이 철저히 배우고 이를 현장에서 지켜야 한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발굴되어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실업팀으로 배출된다. 그 과정에서 선수가 새로운 지도자를 만나면서 기량을 매끄럽게 다듬어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더러는 하급 학교에서 너무 무리를 하는 바람에 잠재력이 높은 선수가 상급 학교에서 탈락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양궁협회에서는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의 성장 단계에 따라 가르쳐야 할 필수 훈련을 정하고, 무리하지 않고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길러 나갈 수 있게 했다.

 

또한 지도자 선발도 선수 선발과 똑같은 방법으로 공모를 하고 철저하게 실력주의를 지켰다. 그래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4종목 전체를 싹쓸이 한 지도자팀을 모두 교체했다.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리더십이 개인의 리더십에 그치고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한때 한 사람의 위대한 리더 가지고는 결코 장기적인 큰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리더십도 시스템화될 필요가 있다.

 

choyho@ajou.ac.kr


2021.08.16 화성신문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3]위대한 양궁에 위대한 리더가 없다:화성신문 (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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