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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48 - 리더에게 적합한 직함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1
조회수
2080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흔히 ‘위원장’으로 불리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씨의 호칭은 사실 복잡하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그는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이다. 참으로 길고 복잡하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냥 ‘대통령’으로 간단히 불리는데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만큼은 아니지만, 명함에 직함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분들도 적잖이 있다. 회사 사장, 협회 회장, 위원회 위원장 등 말이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생각해 보면, 필자도 직함이 여러 개다. 명예 교수이고, 관장이고, 또 어떤 위원회 위원이고, 어떤 이사회 이사이고, 그리고 어떤 모임에 회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이런 직책을 명함에 쓰거나 노출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해당 상황에서 한 직책으로 불리는데, 그렇더라도 가끔은 이러 저러한 직책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한다.

 

필자가 며칠 전에 지인과 식사를 하는데 그 분의 아드님 이야기가 나왔다. 아드님은 필자가 주례를 서주었었다. “아드님도 이제 회사에서 이사를 맡고 있더군요.” 필자의 이야기였다. “직책은 이사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사장입니다. 그 친구 이름으로 회사가 3개나 있어요.” 지인의 대답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이사라고 부르는 걸까?’ 필자의 의문이다.

 

리더가 직함을 여러 개 갖고 그것들을 노출하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경우도 있는가 하면, 직책을 낮추거나 심지어는 숨겨야 할 때도 있다. 리더의 직함은 리더십이라는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고, 리더라는 몸에 걸치는 옷과 같다. 다시 말하면, 리더십의 상징물인 것이다. 그릇이나 옷을, 아니 상징물을 화려하게 그리고 약간 과장해서 할 수도 있고, 수수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짐이 곧 국가다.”고 외친 프랑스의 루이 14세(재위 1643~1715)는 옷과 치장을 통해 그의 위치를 극대화했다. 신발은 하이힐로 하고, 머리는 가발로 높이고, 옷에는 화려한 장식을 달고, 팔과 손에도 보석을 끼었다. 루이14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왕권을 강화하였으며 프랑스를 강력한 국가로 만들었다. 

 

직함도 이처럼 리더의 자리를 화려하게 해 주고, 보강해 주는 역할을 한다. 리더가 사장일 때와 회장일 때 다르고, 또 대외적으로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있을 때와 집안 일만 보고 있을 때가 다르다. 대외적인 직함이 많으면, 이런 분의 이야기가 ‘말발이 먹힌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그릇은 내용물과 어울려야 하고, 상징은 안에 담고 있는 뜻과 맞아야 한다. 안에 있는 것이 빈약한데 겉이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천박하게 보인다. 천박한 정도가 아니라 그것은 위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리더는 가끔 직함을 실제보다 낮추거나 또 감추기까지 하는가? 젊은 사람이 너무 높은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 관계하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거나 경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 사장이면서도, 본부장이나 이사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또 서비스나 용역업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직책을 낮게 부른다. 그렇게 해서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룹의 계열사를 보면, 규모가 큰 경우 대표 이사가 시장이지만, 규모가 작은 경우는 대표 이사가 부사장이나 전무이다. 법적으로는 같은 대표 이사지만, 직함으로 사회적 대우를 구분하는 것이다.

 

리더에게 적합한 직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위적이고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원한다면 직함도 거기에 걸맞게 높은 직함을 갖고 또 여러 직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평적이며 섬김의 리더십을 원한다면 부드럽고, 겸손한 직함이 좋다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가고 있으며, 탈권위주의화하고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그럼, 리더의 직함도 거기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대통령 각하’라고 하던 데서 ‘대통령님’으로 바뀐 것이 그러한 추세를 말해주고 있다. 정당의 대표 명칭도 과거 ‘총재’에서 ‘의장’이나 ‘대표’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호칭 민주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변할 것도 없을 것 같은 김정은 씨의 직함이 금년 1월 10일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또 변했다. 그가 ‘당 총비서’가 되었다. 노동당 ‘위원장’에서 ‘총비서’로 격상한 것이다. 이제 아버지, 할아버지와 동급이 되었다. 달라져야 할 것은 그의 직함이 아니라 진짜 리더십일 텐데 말이다.         

 

 choyho@ajou.ac.kr

 화성신문 2021.02.01

 http://www.ihsnews.com/3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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