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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36 - 삼성 부자(父子)의 리더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03
조회수
2543

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11-02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6시 기상, 9시 출근, 12시 점심, 3시 간식, 7시 저녁, 10시 취침, 이러한 일과 시간을 거의 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아침 출근할 때도 오늘 할 일을 메모지에 순서대로 적어 갔고, 그 순서대로 일을 했다. 일과가 끝나면 ‘할 일’ 메모지를 보고 점검하며 미진한 것은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 적었다. 동경에 국제 전화를 할 때에도 할 이야기를 메모해서 그대로 부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도 순서대로 말이다. 이병철 회장은 호기심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여 그 분과 대화를 할 때는 어찌나 디테일을 묻는지 전문가들도 진땀을 흘렸다.

 

이병철 회장의 이러한 스타일은 그대로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의 ‘조직 문화’가 되었다. 세심하고, 꼼꼼하고, 치밀하게 일하는 방식 말이다. 필자도 삼성에서 강의를 많이 하였는데 삼성의 교육 담당자들은 요구 사항이 많고, 챙기는 것이 많았다. ‘알아서 강의해 주세요.’하는 기업도 많은데 삼성은 달랐다.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어떻게 효과를 분석할 것인지, 사전에 공부해 올 것은 없는지, 강의장 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이런 것을 꼼꼼히 체크하고 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1987년 11월, 이병철 회장이 서거하자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삼성을 물려받고 총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1988년 3월 ‘제2창업’을 선언하기는 하였으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날이 많았고, 사업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45세 젊은 그룹 회장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룹사들이 돌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삼성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고, 쟁쟁한 경영자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93년 초부터 조직을 뒤흔드는 뜻밖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2월에는 미국 LA에서 전자제품 비교평가회의를 열었으며, 3월에는 도쿄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일본 오사카 등에서도 사장단, 임원진 회의를 열었다. 회의도 그냥 회의가 아니고, 하루 종일 논스톱 회의가 대부분이었다. 짧아야 8시간이었고, 긴 회의는 16시간이나 걸렸다. 그러한 결과로 나온 것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이다. 

 

삼성의 신경영은 한마디로 ‘量중심 사고를 버리고 質중심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산업은 물건 만들기에 급급했다. 남의 기술 배우고, 카피해서 겨우겨우 선진국 따라가기 급급했다. 그러니 양이라도 채워야 하지 않았겠는가. 이건희 회장은 이런 사고와 관행의 틀을 깨고자 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은 그래서 ‘파괴의 리더십’이고 ‘혁신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그냥 지키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목표에 도박을 걸었다.

 

불량 전화기를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했고, 불량이 나오면 원인을 제거할 때까지 공장의 라인을 세우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임원들을 6개월간 교육을 보내기도 했다. 1년 동안 직원들을 세계 각국에 파견하여 그 지역을 익히는 지역 전문가 제도도 도입했다.  이 모든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7·4제였다.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라는 지상 명령이 임직원에게 떨어졌다. 야근과 주말 특근에 익숙해있던 한국 직장인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근무 시간이 많으면 뭐 하느냐며 질적으로 일하라는 메시지였다.

 

삼성의 2대에 걸친 리더십. 창업자는 성을 쌓아올렸고 틀을 만들었다. 그 아들은 그 틀을 부수면서 새로운 혼을 불어넣었다. 창업자는 양을 만들었고, 2세는 질을 창조했다. 창업자는 쫓아가는 성과를 달성했고, 후계자는 추월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창업자는 사업보국에 매진했고, 물려받은 자는 존경받는 기업을 추구하였다.

 

훌륭한 리더가 훌륭한 기업을 만든다. 그런데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대를 이어 훌륭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업자와 유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수성의 후계자는 달라야 한다.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그리고 시대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리더의 리더십은 달라져야 한다. 삼성의 역사가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이후 3대 경영자가 된 이재용 씨는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choyho@ajou.ac.kr


화성신문 2020.11.02. 보도

http://m.ihsnews.com/a.html?uid=3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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