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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획단 나침반 기획강좌] 소멸 강연 이야기 4. 소멸이 순환으로 이어지도록_장상미 문화기획자

작성자
김정희
작성일
2023.09.01
조회수
438



8월의 마지막 날. 나침반 기획강좌 <소멸> 강연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소멸하는 날이었다. 인간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소멸>강연 종강도 필연적이다.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처럼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가진 강사님들이 초대된 강연이었다. 어쩌면 ‘소멸’이라는 주제 때문에 강사님도 듣는 시민도 조금은 진지한 고민과 생각이 많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주 40명~50명이 넘는 시민이 귀를 기울어주셨다.
마지막 강연을 해주신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NGO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서울에 있는 옥수동에서 자립과 공존을 향한 실험으로 ‘어쩌면사무소’라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다. 거주하던 재개발 지역의 모습을 기록한 ‘옥수동 트러스트’를 독립출판물 『지금은 없는 동네』로 출간했다. 어쩌면사무소의 전후 과정을 기록한 책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를 썼다. 옮긴 책으로 『일하지 않을 권리』 『재난 불평등』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등이 있다. 현재는 목포에서 두 달 전에 문을 연 ‘어쩌면사무소’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자는 지방의 위기와 대책 뭐 이런 거대한 이야기 보다는, 마을이 소멸한다는 것의 의미를 담담히 짚어주실 예정이라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지난 세 번의 강연과는 또 다른 소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자신의 별칭은 신비라고 소개했다. 별칭으로 자신을 소개해주셔서 친밀감이 느껴졌다. 나침반 기획 강좌의 <소멸> 홍보문구에서 ‘연약함’과 ‘목격담’이라는 키워드가 강사님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지도를 좋아한다고 한다. 부산, 서울, 충남 홍성, 전남 목포가 그녀의 카카오 맵 지도 안에 있었다. 태어난 곳은 부산이고, 서울에서 18년을 생활하고 잠시 충남 홍성에서 지내다가 현재는 전남 목포에서 어쩌면사무소 시즌 2를 차렸다. 서울에서 지낼 때 구로구 항동,성북구 삼선동, 성동구 옥수동, 중구 약수동의 궤적을 밟았다. 도시 1인 생활자의 서울 살의 18년 연표를 펼쳐보이며 자신의 주거 연대기를 이야기했다. 삶의 모습과 위치를 기록해서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옥수동에서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1995년)처럼 옥수동의 공간을 매일 사진으로 남겼다고 한다. 옥수동의 사진에서 아파트가 뒤에 서 있고 층층이 쌓은 단독 주택과 짜투리 공간도 리모델링해서 확장한 건물공간의 모습 계단이 쭉 연결된 사진, 어쩌면사무소로 쓰여던 공간과 사무소 앞의 텃밭 사진도 보여주었다. 옥수동에서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삶의 휴식과 여유를 사람들의 느슨한 관계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 인연이 현재의 목포에 문을 연 어쩌면사무소 시즌2까지 이어져 있다.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멀리 떠나지 않고 지금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도시의 주인이자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옥수동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마을의 골목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려진 부분이 전부가 철거가 되고 그 옆에 작은 공간을 얻었다. 그때가 철거가 되기 전이라 공간을 만들어서 이주를 하고 지냈다. 아파트 단지가 먼저 개발이 되고 남은 짜투리 땅이었다고 한다. 그 곳에 친구들을 부르고,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며 궁금해하는 친구를 불러서 빈 공간을 채워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도를 그렸다. 석 달동안 돈이 없어서 재활용물품들과 사람들이 버린 화분을 주워서 공간을 만들었다.

2012년 9월에 카페의 형태로 공간을 열었지만 1년이 지나서 철거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바로 옆으로 공간을 옮겨 비누만들기, 소모임을 꾸려 계속 운영해갔다. 2019년까지 세미나실과 작업장으로 월세가 꾸준히 나와서 운영을 8년간 진행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모임이 궁금해서, 특별한 목적없이 모이면서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미줄같은 관계가 형성되었다. 자신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산책하는 삶을 살면서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옥수동과 어쩌면사무소가 준 최고의 선물은 가족보다는 유연하고 동료보다는 느슨한 제 3의 관계망이었다. 성동구에서 장상미 문화기획자의 활동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6개월 정도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동네산책을 하면서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채워나가는 삶이 아니라 비우는 삶을 살다보니 연극으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편안하고 건강이 찾아오면서 책을 쓰면서 글을 쓰는 과정에 관심이 생겼다. 번역을 하면서 천천히 조용히 사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함께 활동했던 친구가 먼저 서울을 떠나게 되면서 일자리를 얻고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5년 동안 둘이 함께 돈을 모았다. 열심히 찾아다닌 끝에 목포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목포를 선택한 이유는 가진 돈으로 집을 사고 공간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걸어다닐 수 있는 곳,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친구와의 관계가 끊이지 않을 수 있는 장소였다. 드디어 2022년 4월에 목포에 집을 구매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사용하던 어쩌면사무소 간판을 걸었다. 서울의 옥수동과 닮은 느낌의 곳이었다. 목포는 서울처럼 압축성장된 도시라 그런지 구매한 집 근처는 미니 옥수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고양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얼마 전에 서울 옥수동에서 맨 처음 구조했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최근에 죽음이나 사라지는 것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쓰인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로 있는데 상호작용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 되고 그때까지 하나로 있던 것이 분리되는게 소멸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본주의 생활방식과 도시의 생활방식에서 소멸하지 않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관계망을 어떻게든 꾸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장상미 문화기획자는 목포에서 삶의 관계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목포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듣고 채우지 않고 천천히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한다. 어쩌면사무소 공간을 소멸이 순환으로 이어지는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존재의 지도가 계속 이어지도록 말이다.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질문시간이 이어졌다. 질의 응답 시간에 어쩌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소개해 주었다. 두 시간 강연이 끝나고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수원에서 목포는 내려가는 데만 4시간이 넘었다. 두 달 전에 문을 열었다는 어쩌면사무소를 찾아가보고 싶었다. 목포는 부산과 위도가 같은 곳이지만 따뜻하고 겨울에도 눈이 쌓여도 금방 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까. 장상미 문화기확자의 환대의 말 때문이었을까. 목포의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의 페이지’ 책방에 들리고, ‘낭만열차1953’라는 카페에서 오래된 노래를 듣고, 옛 기찻길을 따라 6km거리의 오래된 방풍림 향나무 길을 걷고 싶다. 목표에 가면 소멸의 아쉬움 보다는 시간의 여유로움과 새로운 연대와 공존의 일상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강연이 끝나고 10월 둘째주에 3일간 수원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영화로운 시네마-아름다운이란 중력>과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에서 11월에 대면으로 진행되는 <너라는 오브제> 강연 소개가 이어졌다. 준비된 영화는 <수라>, <말없는 소녀>등 다양한 영화가 게스트 GV와 함께 이어진다. 11월에는 온라인 줌이 아니고 학습관 강의실에서 김지승 에세이스트와 김혜진, 이서수, 최진영 소설가님들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소멸> 강연이후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많은 시민들이 느슨한 연대와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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